전기자동차도 아직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시대는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기로 달리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고 운전자, 아니 탑승자는 원하는 곳만 선택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사람을 실어 날라주는 시대를 꿈꾸고 있는 건데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위치한 판교테크노벨리에는 그런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자율주행차 실증단지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타볼 기회가 쉽사리 생기지는 않더군요. 그러다 kt가 판교에서 4월 24일부터 5월 16일까지 5G 자율주행 버스 체험 프로모션을 한다기에 신청을 해봤습니다. 출퇴근 시 만성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판교의 풍경을 바꾸기까지는... 아직 먼 미래겠지만, 지금의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으니까요.
제가 탄 건 4월 27일 점심쯤, 정확히는 12시 30분이었는데 30분 정도 탑승한다기에 얼마나 멀리까지 갈까? 도로 위를 함께 달릴 일반 차량과 함께 드라마틱한 주행을 보여줄까? 승차감은 좋을까 등등 호기심을 가득 안고 탑승장인 화랑공원동편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kt 5G 자율주행 버스가 멈춰 서더군요.
출발에 앞서 예상보다 많은 홍보영상과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어찌 보면 5G 자율주행 버스보다 kt의 5G 기술력과 5G가 가져올 초고속, 초저지연 등의 특징을 소개하는 데 더 시간을 할애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요. 대충 알던 내용들이라 어서 달리기만 기다리던 중 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자율주행 구간에서는 정말 핸들에서 손을 떼고 달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렇지만 우와 자율주행이다~~라고 하기엔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은 주행 경험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율주행 구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었는데요. 고작 300m 정도 될까 하는 거의 직선 도로를 달리는 게 전부이다 보니 체험 도중 같은 자리를 3~4번쯤 뱅뱅 도는 식이더라고요. 이건 성남시 등과 협의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정해진 것 같긴 했지만, 짧은 도로에서만 자율주행이고 다른 곳에선 운전사분이 열심히 운전을 하셨을 걸 생각하니 앞서 가는 기술에 대한 신뢰보다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한계만 다시 느꼈달까요?
그뿐 아니라 코스가 직선이다 보니 다른 차와 함께 달리기보다 아예 동떨어져서 혼자 달리는 느낌이었고, 드라마틱한 주행 따위는 없었습니다. 승차감도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었고요. 하다못해 kt의 다른 자율주행 차들과 V2X를 통해 통신하면서 달리는 장면이라도 연출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부분은 평창에서는 그랬다는 관련 동영상 정도만 보여주는 식이라서 아쉬움만 더했는데요.
어쩌면 제가 현실적인 기술력 차이, 우리나라의 도로 상황 등을 모두 무시하고 너무 큰 기대를 했기에 더 실망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자율주행 자동차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련 글을 포스팅하는 입장에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대전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의 되고 말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험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으시면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한 번 신청해 보세요. 점심시간에도 경험해보실 수 있고, kt 위즈 예매권도 기념(?)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율주행차의 발전된 기술력을 느껴보고 싶어 지원했지만, 적잖은 아쉬움을 품고 돌아온 체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더 나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겠죠? kt든 또 다른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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