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체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도 수십, 수백만 대씩 만들어서 세계 곳곳의 매장에 쫙 펼쳐놓고 소비자를 맞죠. 사전에 판매량을 예측한다고는 하지만, 덕분에 팔리지 않는 물건을 찍어내고 폐기하는데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이미 만들었고 심지어 판매했던 제품을 일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 수량이 전 세계에 걸쳐 수백만 대에 이른다면... 네. 폭발(이라기엔 발화) 사고로 떠들썩했고 아직도 이슈의 중심에 놓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7 얘긴데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마트폰 그중에서도 대표주자 삼성의 메인 모델이었던 만큼 대량 폐기라는 숙제를 안게 된 비운의 모델.
노트 7에 만족감을 표한 사용자들의 환불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노트 7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강력한 우려를 표하는 단체가 있는데요. 바로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갤럭시를 구하라'라는 거창한 이름을 더한 캠페인까지 벌이면서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합니다. 삼성전자가 노트 7을 어떻게 폐기할지에 대해 명확히 발표하고 최대한 자원 재사용 등을 고려해 친환경적으로 폐기 계획을 진행해 달라는 건데요.
삼성전자가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과거 산더미처럼 애니콜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고 또 430만 대를 넘기는 많은 양을 폐기해야 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 등을 문제삼아 빠른 폐기에만 포커스를 맞췄다가 불필요한 자원 낭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도 삼성이 노트 7 1차 리콜 시에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를 들어 기존 제품을 수리해주는 방식 대신 아예 새 제품을 만들어 교체하는 것으로 대응했던 만큼 그린피스의 우려가 기우라고만 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요.
비단 노트 7만이 아니라 하루에도 전 세계에서 수천, 수만 대씩 버려지고 있을 것 같은 스마트폰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이나 은부터 팔라듐, 코발트 등의 소중한 자원이 첨단 가전제품의 회로 등에 사용되기 때문인데요. 폐기되는 전자제품에서 이런 자원을 회수하는 사업을 도시 광산이라고 말하고 조금씩 관심을 갖고 사업화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자원 낭비를 줄이면서 더 효과적인 자원 재사용이 가능하겠죠. 아예 제품을 만들 때부터 재사용을 고려해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린피스가 지적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일 겁니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7은 아직 발화 원인이 파악된 상태도 아닌 만큼 폐기에 이르는 과정까지 좀 더 심사숙고하는 건 물론 이후 대중에게 남을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의 우려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클 테고, 그린피스의 따끔한 경고를 더 깊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생산되고 있을 도 다른 스마트폰과 가전제품들은 만들어지는 만큼 엄청난 숫자가 폐기될 테죠. 관심 없이 버려지는 만큼 자원 낭비를 줄여 재사용하겠다는 고민없이 그저 폐기에만 급급할 텐데 이왕이면 제조될 때부터 더 나은 폐기를 고민하자는 대중의 관심 환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제품의 수거나 자원 재활용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20%를 밑돈다는 전 세계의 폐 휴대전화 재활용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4%도 안 되는 낮은 재활용률을 보인다니 그린피스가 노트 7을 지렛대 삼아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이유가 확 다가오는데요. 만들어 팔기만 하면 땡~!이라는 인식을 먼저 폐기하고 설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고 팔고 나선 기존 제품의 회수와 재사용이라는 선순환이 가능한 그림을 각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그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원을 소중히 하자는 게 어디 전자제품 제조사 만의 문제이겠습니까만은 하나하나 챙겨가다 보면 후손들에게 좀 더 떳떳한 세상을 남겨줄 수 있지 않을까요? 어수선하기만 한 시국에 그린피스가 삼성, 아니 모든 전자제품 제조사에 던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우려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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