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어김없이 추석을 맞아 돌아온 신작.
뭔가 허술한 악당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슈퍼배드 혹시 보셨나요? 분명 사이트에는 9월 12일 대개봉이라고 하는데 벌써 슈퍼배드 2(Despicable Me 2)가 개봉했더군요.-_-^ 사실 이 글은 지난 그러니까 9월 7일에 영화를 보고 정리한 글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또 조카와 함께 극장을 찾았습니다. 노란색 깜찍이들이 가득한 이 애니메이션은 6살 조카와 보기에는 안성맞춤이었으니까요.
이 다음부터는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나중에 영화를 본후 다시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그루.
늦은 나이에도 독신으로 세계 최고의 악당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그는 뻔하게 생긴 미국의 중산층 주택 단지에서 혼자 튀는 음험한 집과 자동차로 사는 대단히 튀는 악당입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를 악행은 소소하기만 하죠.
꿈은 자유의 여신상이나 에펠탑 같은 세계의 명소를 훔쳐내어 악당계에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소소하기만 한 그의 범죄들. 그래서 그루가 세운 큼직한 범행 계획은 비밀리에 개발 중인 축소 광선총을 훔쳐 하늘에 떠 있는 달을 훔치겠다는 거였는데요. 이 말도 안되는 계획에 그는 꽤 근접하게 다가갑니다.
풋내기 악당 벡터만 없었다면 더 수월했지만 사사건건 충돌하는 벡터와 맞서기 위해 쿠키를 팔고 다니는 보육원의 세 소녀를 입양하기까지 하면서요. 하지만 그의 뜻대로 쉽게 일이 풀리지 않아 고전하는 것이 1편의 내용이었죠.
2편에서는 그 뒤를 이어 이제 가족이 된 세 소녀와 함께 과거의 악당짓에서 손을 떼고 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그루가 전세계를 위협하는 악당과 맞서 나간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이어지고요. 물론 이 모험에는 소녀들이 함께하고 새로운 동료까지 합세해 힘을 보태죠.^^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악당의 개과천선기를 코믹이라는 양념을 잔뜩 뿌려 요리해갑니다.
외모나 분위기, 자동차와 사는 집까지 어느 하나 평범해 보이지 않는 악당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애정 결핍에 시달리는 그루라는 인물을 통해 잔혹한 악당과 맞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뻔한 이야기 대신 어딘가 사랑스런 악당의 개과천선을 통해 상황의 반전이 주는 재미를 살리고 있는거죠.
더 눈길이 가는 건 그가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어느 순간 우리 주변에선 결혼 못잖게 이혼이 많아졌고 핵가족을 넘어 혼자 사는 사람도 늘면서 가족의 형태는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는 인스턴트적인 사랑이 만연한 미국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기존의 가족 체계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형태의 대안 가족을 만들어가는 것도 낯설지 않은 모습인데요.
사랑을 받지 못해 악당이 된건지 악당이 되서 사랑을 하는게 어려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루 역시 혼자사는 독신 악당으로 쪼잔하면서도 비열한 짓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세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처음엔 자신의 악행을 위한 도구로 소녀들을 입양까지해서 이용할 셈이었지만 소녀들이 뿌려대는 사랑이라는 무기에 어느덧 물들어가며 악당으로서의 본분을 잊어가게 됩니다.
처음엔 사사건건 아이들의 의견에 반대했지만 이내 딸바보가 되어간거죠.
그렇게 1편에서 만든 아빠와 딸들이라는 구도에 2편은 새 엄마를 끌어넣기 위한 이야기로 가득한데요. 충분히 예상 가능한대로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했던 악당이 조금씩 세상에 마음을 열고 선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펼쳐집니다. 꼭 혈연으로 엮이지 않아도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와 따뜻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대안 가족이라는 배경과 메시지도 깔려 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이 재밌는 건 뻔한 악당의 개과천선기나 소녀들과의 가족 만들기에 있지 않습니다.
관련된 이야기들도 충분히 재미는 있습니다만 정말 재밌는 건 작품 전반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노란색 꼬맹이들, 바로 미니언의 존재인데요.
슈퍼배드 1, 2편 통털어 그루가 어떻게 미니언 군단과 함께 악행을 벌이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습니다만 그루의 집 지하 비밀기지에 거주하고 있는 수십, 수백의 미니언들은 노란 몸과 큼직한 한두개의 눈으로 특유의 말투와 코믹한 행동으로 작품 전체를 지배합니다.
실제로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의 대부분을 이 귀여운 미니언들이 장식할 정도로 작품의 주역으로써 입지를 높이고 있는데요. 제 조카도 노랑이들이 제일 귀엽다고(아, 셋째인 아그네스도 맘에 들어하더군요.ㅎ) 할 정도로 아이들의 사랑을 슈퍼배드 속으로 끌어당기는 마력을 발휘하는데요.
대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여가는 악당과 소녀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가족애라는 메시지는 짐짓 뻔한데다 악당의 개과천선이란 이야기도 사실 재탕, 삼탕되는 소재지만 뭐 어때요. 아이들과 함께 보기엔 또 우리 가족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기에 이만한 이야기도 흔치 않은걸요.
그런 의미에서 추석에 자녀들과 볼만한 마땅한 작품이 없다면 요 녀석도 후보로 슬쩍 끼워넣어 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미니언들의 깜찍한 연기만 봐도 즐겁게 극장에서 나오실 수 있을거에요. 전 아직 조카가 어려서 3D로 보진 않았지만 3D로 보시는 것도 추천해 봅니다. 최근의 3D 애니메이션답게 몇몇 장면에서 대놓고 3D 연출이 등장하는 등 볼거리도 충실한 편이거든요.^^;;
아, 그럼 진짜 추석때는 어떤 영화를 봐야할까요.-_-^
PS. 생각보다 태연과 서현의 목소리 연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최소한 폐가 되지는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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