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
(Wintel). 고유 명사로 불릴만큼 익숙해져버린 이 단어는 소위 IBM PC 호환 기종이라고 불렸던 데스크탑 PC 시절부터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인텔의 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윈도우를 지칭하는 표현이었죠.
저만해도 중학교때 PC가 생긴 후 20년 이상 윈텔과 함께 애증의 시간을 보내왔는데요.
시대가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PC 등 기존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이 아닌 포스트 PC 시대로 흐르면서 위기의 시간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여전히 윈도우 7은 빅히트 상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일부를 책임지고 있고 인텔은 경쟁중인 AMD를 여유롭게 따돌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PC 안에서의 이야기.
윈텔도 무효했던 포스트 PC 시대...
포스트 PC로 불리는 태블릿 PC 등에서는 윈텔 진영의 활약은 여전히 초라한 수준입니다.
PC에선 강력했던 인텔의 프로세서는 저전력 부분에서 드러낸 약점으로 ARM 진영이 쏟아내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추격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폰 7 등을 발표하며 모바일로 포스트 PC로 움직여가고 있지만 신통찮은 판매 성적으로 대중의 기대에 부흥치 못했죠.
하지만 왕좌에 올랐던 자들이 그렇게 쉽게 물러날리가 있나요.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많았다 뿐이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포스트 PC 시대를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상황이죠. 이번 인텔 개발자 포럼(IDF) 2011과 윈도우 8 발표에서 그 칼이 세상에 좀 더 모습을 드러냈고요.
반전을 위한 칼을 갈고 있는 그들...
-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8...
우선 개발자 프리뷰 버전을 공개한 윈도우 8부터 살펴볼까요.
윈도우 7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비난을 받아야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작이 될 새 운영체제가 최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채 10초도 안걸리는 빠른 부팅 속도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나 보던 혁신적인 메트로 UI를 앞세워 기존의 PC와 태블릿 PC에 모두 대응하도록 만들어진 윈도우 8은 흡사 윈도우폰 7을 닮은 모습에 윈도우 7의 프로그램들도 돌아가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죠.
윈도우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던 기존 프로그램의 호환성을 최대한 담보하면서 세련된 비주얼과 향상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건데요. 아톰과 1GB 메모리에서도 돌아갈거라는 차기 운영체제 윈도우 8.
아직은 개발중인 상태라서 불안정한 면도 있어 보이지만 IE 10에서 제공될 멀티 터치 브라우징과 윈도우 프로그램을 팔게될 스토어의 등장, NFC 지원, 클라우드 서비스 등 태블릿 PC부터 데스크탑까지 다양한 스크린에서 윈도우 8을 만날 그날을 기다려봐야 겠습니다.
- 안드로이드를 품는 인텔...
한편 인텔은 차세대 프로세서와 관련 기술을 선보이는 개발자 포럼을 통해 윈도우로 쏠렸던 시장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까지 확대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메드필드
(Medfield) 기반의 스마트폰과 허니콤으로 작동하던 태블릿 PC 등을 선보였는데 이 녀석들이 모두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돌고 있었던 거죠.
이미 크롬북 등에서 인텔의 프로세서 위에 안드로이드가 도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저전력 경쟁까지는 아니었던 넷북 플랫폼에서였기에 이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더 눈길을 끄는 건데요. 구글이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협업을 공언했다는 건 그만큼 인텔의 저전력 모바일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섰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달려가던 ARM과의 저전력 경쟁에서 얼마나 선전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인텔 프로세서가 사용된 노트북도 한번 충전에 하루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는 걸로 봐선 스마트폰에서도 인텔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노키아와 함께 개발하던 미고에선 손을 털지만 여전히 리눅스 계열의 모바일 OS와 전통의 윈도우 라인을 함께 끌고갈 생각인 인텔의 이런 행보가 포스트 PC 시대의 한축을 담당할 제왕의 면모인 것 같기도 하고요.
황제의 귀환을 기대해도 될까...
채비를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기존에 쌓아놓은 것을 가지고 오려다보니 조금 더 시간을 소비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PC 시대의 황제에서 포스트 PC 시대의 절대군주가 되기 위해 와신상담했던 결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겐 구글, 인텔에겐 ARM 같은 이미 포스트 PC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경쟁자들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만큼 신제품이 시장이 풀린 이후에도 황제의 귀환으로 칭송받을 수 있을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을지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내년을 기대해볼 이유 하나가 추가되는군요.
어쩌면 2012년은 진정한 포스트 PC 시대가 열리는 해일테니까요.
과연 2012년에 함박 웃음을 지을 쪽은 어딜까요? 시간이 걸릴뿐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결국 포스트 PC 시대에 안착할 수 있겠죠? 잠시 밀렸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황제의 자리를 놓고 싶어하지 않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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