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렸던
아가사 크리스티.
그녀는 1976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80여편의 추리 소설을 내놓아 다작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인기도 엄청나서 영어권에서만 10억부, 비영어권에서도 10억부라는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했다. 덕분에 지금도 그녀가 탄생시킨 벨기에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
(에르퀼 푸아로)와 숨은 은자 제인 마플 여사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NHK가 준비한 애니메이션...

자. 여기 소설을 주름잡던 그들이 등장하는 감성어린 애니메이션이 있다.
일본의 NHK가 명탐정 포와로와 마플을 내세워 제작한 애니메이션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참정 포와로와 마플'은 총 39부작으로 대체로 하나의 에피소드로 한편의 단편을 마무리 짓는 형태로 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천재적인 추리를 펼쳐내는 포와로와 마플을 중심에 두고 그들이 펼치는 아날로그 정서가 듬뿍 담긴 193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기묘한 사건들을 다룬다. 치정, 강도, 사기, 살인 등 그 이야기의 범위도 다양한데 현대적인 탐정물과 다른 디테일이긴 하지만 현대극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아날로그 정서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둥글고 모나지 않은 선으로 창조된 캐릭터들은 날카로운 추리를 펼치는 순간에도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스스로를 세계 최고의 탐정이라고 언제나 어필하는 회색 뇌세포의 포와로나 오랜 연륜과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심미안을 가진 마플 여사의 모습은 적당히 상충되면서도 때로는 힘있게 때로는 지혜롭게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있는 캐릭터들이다.
조금은 아쉬운 메이블의 존재...

작품 속에는 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소설 속에서 포와로의 조수로 등장했던 헤이스팅스와 같은 익숙한 캐릭터나 좀 더 낮은 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해 끼워 넣었을 메이블 웨스트라는 오리지널 캐릭터 등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허나 오리지널 캐릭터인 메이블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포와로의 조수로 마플의 친척으로 이쪽 저쪽 이야기에 골고루 등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두 명탐정 사이에서 관찰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맹활약을 펼친다거나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워낙 원작 소설이 잘 짜여져 있으니 그 안에 새로운 캐릭터를 채워 이야기를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저 원래의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꿔다놓은 보리자루의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녀와 애완 오리 올리버에게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미스테리한 추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안내자의 역할을 기대했을 제작진의 생각이 그리 잘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
낭만이 물씬 묻어나는 따뜻한 애니...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와 마플은 처음부터 수려한 작화나 치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저 현실의 영국보다 조금 더 밝고 따스한 느낌의 수채화 같은 풍경 속에 1930년의 이국적인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충실히 재현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20여분으로 하나의 단편을 마무리해야 하니 중간 중간 추리 과정을 뛰어넘어 아무리 명탐정이라도 어떻게 저런걸 알고 있지 같은 부분도 있었지만 대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탐정들의 추리력은 충분히 재미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하나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하면 현대의 추리극이 그리는 자극적인 소재 대신 좀 더 옛스럽고 인간 본연의 탐욕과 치정이 부른 사건들을 맛깔스럽게 요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총을 쏘아대는 일도 적고 연달아 연쇄 살인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지 않고 진실이 밝혀졌을때 악인을 꼭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어 단죄하려 하지도 않는다.
탐정의 역할은 사건을 추리하고 진실을 밝혀내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제법 신사적인 모습이랄까? 주변의 모두를 죽음으로 이끄는 김전일이나 코난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오랜만에 따뜻한 탐정물을 만나 기분이 좋았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와 마플.괜찮다면 한번 쯤 감상해 보시길...
[관련링크 : NHK.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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