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다큐멘터리...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홈(HOME)...
아마 2008년 설쯤이었던 것 같다. 얀 베르트랑이라는 낯선 이름을 알게된 게... KBS에서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었는데 헬리콥터로 하늘 위에서 우리나라의 산천을 담아낸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땅에 발을 딛은 우리의 눈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수려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의 눈과 카메라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영상.
당시 얀 베르트랑이 대한민국의 산하를 담은 건 전세계를 배경으로 한 환경 다큐멘터리의 촬영을 위한 것이었는데 얼마전 그렇게 전세계를 담은 환경 다큐멘터리 홈(HOME)이 전세계에서 개봉했다.
홈이라는 제목이 참으로 잘 맞는 느낌의 이 다큐멘터리는 지구의 시작부터 지구에 뿌리내리고 사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이 다큐를 관조할 우리 인류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숨쉬고 먹고 살아가는 지구라는 집의 아름다움도 넘칠 정도로 많이 담겨 있다.
세계 곳곳에 우리가 모르던 아름다운 풍광과 시시각각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곳들. 지금까지 미쳐 몰랐던 이곳저곳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화면이 시선을 이끈다. 물론 굳이 이 다큐를 통하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던 곳도 있었지만 얀 베르트랑의 항공 촬영을 통해 담아낸 지구의 아름다움은 그의 사진과도 다르고 사진 이상의 또 다른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서서히 우리가 살던 지구를 바라보던 시각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과 그것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풀어내며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가는 지구 환경. 악화 일로에 놓여있는 우리 집의 모습을 불안한 시선으로 쫓기 시작하며 홈은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설파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가이아'라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이론이 있다. 정확한 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생물인 공기, 물, 흙 등을 비롯해 그 안에 살고 있는 수십, 수백억의 생명체들이 서로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 이론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홈이 견지하는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는 수십억년의 긴 세월 속에 그 안에서 태어나고 죽어간 셀수없이 많은 생명체와 무기물들이 상호 영향을 주며 거대한 지구를 끌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긴 지구의 역사에 얼마 안되는 짧은 기록을 추가했을 뿐인 인류가 그 순환고리를 통채로 흔들고 균형을 깨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생존이 아닌 탐욕을 위해 지구를 파헤치고 자원을 탐식하며 다른 생물들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 홈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지구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산소의 70%를 생산하는 바닷속의 녹조와 생태계의 보고인 산호초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어떤 피해를 입고 있고 그게 또 어떻게 인류의 발목을 잡게 될지 모른다는 메시지는 하나하나 무섭게 다가온다. 심지어 2050년이 되면 어류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까지...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통제 불능 상태로 달려가는 지구의 미래를 컨트롤할 힘이 인류에게 없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던가.
몇 줄 안되는 내용이지만 한줄 한줄이 가슴을 머리속을 지끈거리게 만드는 이야기들. 애써 무시하고 싶어도 이대로라면 얼마 안있어 현실이 될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홈이 불안한 미래에 대한 절망의 다큐멘터리 만은 아니다. 중반부까지 시종일관 인류의 문제점, 인류가 소비해버린 지구의 구석구석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영상은 여기서 지구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혁신과 교육을 통해 인류가 지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지구에게 덜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나간다면 아직 우리에게 남은 걸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인류가 망가트리고 있는 지구를 인식하고 나라와 나라가 아닌 내 작은 행동 하나가 지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그래서 좀 더 덜 소비하고 육류보다는 채소를 사랑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면 지금껏 인류가 지워버린 지구 속 소중한 것들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이미 많은 걸 잃었지만 아직 잃지 않은 것들, 어쩌면 곧 잃게 될지도 모를 것들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노력.
홈은 그 노력을 행동으로 옮겨달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하고 있다.
혹시 이미 늦었다고 혹은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힘을 내거나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그게 지구가 사는 길이고 우리가 아니 당신이 사는 길이다.
PS1. 녹색 성장을 이야기하며 한반도를 시멘트로 바르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꼭 봤으면...
PS2. 무조건 많이 애를 낳아야 하는 걸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PS3. 적게 쓰고 아껴쓰는게 가정 경제만이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것이다.
댓글 영역
지구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 할텐데 말이죠.
이렇게 살다간 드자이너김군님의 2세가 정말 힘든 삶을 살까봐 우려됩니다. 저도 제 조카 생각부터 나더라구요.;;
환경과 생태...정말 날이갈수록 절실해지는 화두...
화면은 아름답지만 그 뒤에 도사린 무서운 현실이 왈칵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15년 전에 이민 와서 지금까지 여름이 계속해서 더 더워집니다.
맨날 역사상 최초라는 소리하죠.
처음엔 여름이 그냥 뜨거운 햇살만 있었고 30도가 채 되지 않았었는데
작년-올해초 여름은 거의 40도 가까이 올라갔더랬습니다.
그나마 뉴질랜드는 열심히 자연을 보호하는 나라 중 하나 아니었나요? 암튼 몸조심하십시요.
많은 도움이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