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EARLY* by 라디오키즈

부디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를... 본문

N* Kidz

부디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를...

라디오키즈 2006.09.27 10:03

어제 퇴근길... 직장 동료들과 지하철 역으로 향하던 중 길을 걷고 있는 시각 장애우를 만났다.
아니 만났다라기 보다는 그의 움직임에 반응했다고 해야 할까?

그가 지나던 골목길에서 차가 나오고 있었지만 그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내가 보기엔 조금은 위태로워 보였다. 물론 골목길에서 나오던 자동차의 속도가 빠르지도 않았고 어쩌면 그는 가만히 뒀어도 그 자동차를 지나 성큼성금 걸어 나갔을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내 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했고 불쑥 팔을 뻗어서 그의 어깨를 살짝 움켜잡았다.

그렇게 지하철 역까지 그와의 동행이 시작됐다.
어느 방면으로 가느냐는 얘기부터 역 앞의 길가에서 아침과 저녁으로 음식 냄새가 바뀐다는 등의 이야기를 그가 건네왔다. 이때부터 어느정도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사람. 길거리 음식의 종류를 인지하고 있을만큼 자주 이곳을 오가는구나. 어쩌면 매일같이 이쪽을 지나다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곤 이내 괜한 일은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엔 불편해보였더라도 그에겐 익숙한 생활의 일부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호의를 가지고 그를 안내했다.
그가 향하는 방향의 지하철 플랫폼까지 안내를 했으니...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다.

하지만 그가 나의 그런 행동을 호의로 받아들였는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장애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물론 모든 장애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많은 장애우들이 이런 호의를 동정과 같은 불편함으로 느끼는 듯 했다. 그글에서 그들은 자신을 동정을 받아야 되는 장애우가 아닌 평범한 이웃으로 생각해주길 더 바라고 있는 듯 했다.

... 이런 생각들. 어쩌면 나의 기우인지도 모른다.
그는 시종일관 내게 경쾌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왔고 플랫폼에 도착할때까지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고 건네왔다. 그렇지만 왠지...

살면서 몇 번 발휘해보지 않았던..-_- 내 호의가 부디 순수한 의도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포스트 제목처럼 기억으로는 남지않아도 좋다. 그 기억은 내가 쥐고 있으면 되니까...
하지만 부디 그 마음만은 동정이 아닌 호의로 전해졌었길 바라본다.

Tag
,


12 Comments
  • 프로필사진 시렌 2006.09.27 13:12 제가 만약 시각장애우라면 역시 도와주는게 불편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어요. 괜히 상대방의 선행이 부담스럽고 빤히 쳐다본다는 것조차 내 자신의 치부를 비웃는 것 같아 불쾌할 것 같고.
    하지만 부디 호의로 받아들여졌기를 바랍니다.
  • 프로필사진 라디오키즈 2006.09.28 11:21 신고 네. 저도 그게 걱정이었답니다. -_-; 물론 저지르고나서 생각한 것이지만...
  • 프로필사진 윈스 2006.09.27 14:11 아내와 저녁에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는데. 집근처 공원에 항상 장애우 친구 하나가 비슷한 시간대에 운동을 하나 봅니다. 어느날엔 갑자기 인사를 하는데 언어 장애가 있어서인지 이친구는 인사를 하려고 했던 것을 저는 멈칫 뒤로 물러서며 왜그러냐고 다그친 경험이 있습니다. 참으로 미안하고 미안해서...다음날부턴 제가 먼저 인사를 하지요. 말하는 방식이 다를 뿐인데 저는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던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반성하며...
  • 프로필사진 라디오키즈 2006.09.28 11:24 신고 나와 다르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경계를 하게 만들죠. 그것이 장애가 아니라 할지라도요. 어쨋든 윈스님은 이제 그분과 종종 얘기도 나누실 것 같군요. 경계 허물기에도 성공하셨고 그 분과 종종 얘길 나누신다면 좋은 이웃으로 기억되시지 않을까요.

  • 프로필사진 미스타표 2006.09.27 14:17 키즈님, 안녕하세요 ^^ 위자드에서 일하고 있는 표철민입니다. 그동안 리플 달아야지 했는데 변변한 개인 블로그 하나 없어서 눈팅만 하고 있다가 이제야 블로그 하나 장만했습니다. :) 키즈님 블로그는 언제나 위자드 통해서 자주 들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토록 좋은 일을 하셨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가끔은 이런 훈훈한 이야기도 들려 주세요 :D
  • 프로필사진 라디오키즈 2006.09.28 11:26 신고 앗.. 댓글은 블로그가 없어도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다실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일에 부담을 느끼신다면 제 블로그가 진입장벽이 높다는 걸까요. (흠.. 반성모드.)

    훈훈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사는 얘기도 올려보고 싶지만... 워낙 삶이 무색무취한지라...
  • 프로필사진 주민등록증 2006.09.27 18:10 신고 예전에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우 아저씨를 봤습니다.
    선뜻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으니, 잠실로 갈아타는 방향만 가르쳐 달라고 해서, 직접 모셔다 드린다니, 딱잘라 거절하시더라구요...
    "몸에 익혀야 한다고..."
    동정으로 다가갔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 프로필사진 라디오키즈 2006.09.28 11:30 신고 저도 먼저 그분께 물었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요. ^^;;
  • 프로필사진 ZF. 2006.09.27 20:12 좋은 일 하신 걸겁니다. 제 모습을 생각하니. 어흑;;
  • 프로필사진 라디오키즈 2006.09.28 11:31 신고 ㅠ_ㅠ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ZF.님이 어때서요~ 저보다 더 바르실 것 같은데..^^;
  • 프로필사진 푸른잎사귀 2006.09.27 22:43 글 잘 봤습니다. 굳이 호의가 아니더라도 생명에 대한 위협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여담으로 글 중에 장애우라는 표현보다는,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友라는 단어 자체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짐작은 가지만, 그러한 단어 자체가 특별한 존재로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지 않나 쉽네요. 실제로 그분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누구나 똑같은 존재이기를 바랄테니까 말입니다.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4/0817/0I1220040817.1099161859.html
  • 프로필사진 라디오키즈 2006.09.28 11:36 신고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공식용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장애우라는 단어가 좀 더 가깝게 다가와서 그렇게 적었던 것인데 단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론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글을 써야 겠네요.
댓글쓰기 폼